보유 의원 수가 한 해 만에 절벽처럼 솟구쳤다. 2023년 20명에서 2024년 63명 — 세 배가 넘는 급증이다. 이걸 ‘의원들이 뒤늦게 코인 광풍에 올라탔다’고 읽으면 절반만 맞다. 숫자가 튄 진짜 계기는 시장이 아니라 2024년부터 시행된 의무신고다. 숨어 있던 보유분이 한꺼번에 장부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한 해 만에 3배 — 추세부터 본다
의원 재산 신고에 ‘가상자산’ 항목이 처음 들어온 건 불과 몇 해 전이다. 가상자산 보유를 신고한 의원은 2023년 20명이었다가, 2024년 63명으로 한 해 만에 세 배 넘게 뛰었고, 2025년엔 61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2024년의 도약은 완만한 우상향이 아니라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다. 같은 기간 신고된 종목의 가짓수도 함께 벌어졌다 — 2023년 8종에서 2024년 25종, 2025년 26종으로 늘었다. 보유 인원과 종목이 같은 해에 동시에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은, 뒤에서 보듯 이 급증의 성격을 읽는 첫 단서다.
변곡점은 시세가 아니라 제도였다
도약의 계기는 시세가 아니라 제도다. 2024년부터 가상자산이 의무신고 대상이 되면서, 그 전까지 신고서 밖에 머물던 보유분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코인이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것이 비로소 드러났다. 통계의 절벽은 시장이 아니라 규칙이 만들었다. 변곡점이 제도였다는 근거는 한 종목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인다. 비트코인을 신고한 의원은 2023년 10명에서 2024년 29명, 2025년 37명으로 늘었다. 단일 종목 하나가 2년 만에 거의 네 배가 된 것인데, 이는 비트코인이 갑자기 인기를 끌었다기보다 이미 갖고 있던 보유가 신고 의무 아래 비로소 집계됐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드러난 속을 들여다보면 — 보수적인 종목 지도
드러난 속을 들여다보면 한 번 더 의외다. 2025년 기준 종목은 비트코인이 37명으로 가장 많고, 리플 12명, 이더리움 11명이 뒤를 잇는다. 변동성 큰 신생 알트코인이 아니라 시가총액 최상위 코인에 쏠려 있다. 한탕을 노리는 투기라기보다, 자산의 한 갈래로 ‘그나마 익숙한’ 코인을 담아 둔 모습에 가깝다. 의원들의 코인 투자 역시 일반 투자자의 보수적인 결을 닮았다.
상위 세 종목의 무게는 압도적이다. 2025년 비트코인 한 종목을 신고한 의원이 37명으로, 그 해 신고된 26종 전체에서 단연 으뜸이다. 그 아래 리플 12명, 이더리움 11명까지가 두 자릿수이고, 나머지 23종은 대부분 한두 명이 신고한 꼬리에 머문다. 익숙한 소수에 사람이 몰리고, 낯선 다수는 흩어지는 이 구도는 일반 가계의 자산 구성과 다르지 않다. 다만 종목 가짓수 자체는 2023년 8종에서 2025년 26종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쏠림 속의 다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신고가 보편화되면서 본래 묻혀 있던 잔돈 같은 소액 종목들까지 장부에 이름을 올린 결과다.
정당도, 신고 액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제도가 변곡점이라는 해석은 정당 구도에서도 한 번 더 확인된다. 가장 많은 의원이 신고한 정당은 2023년과 2024년엔 더불어민주당(각각 13명·32명)이었지만, 2025년엔 국민의힘(29명)으로 바뀌었다. 최다 신고 정당이 특정 진영에 고정돼 있지 않고 해마다 옮겨 다닌다는 것은, 이 현상이 한 정당의 투자 성향이 아니라 모든 의원에게 똑같이 적용된 신고 규칙의 효과임을 보여 준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교란요인이 있다. 보유 인원이 세 배로 불어나는 동안, 신고가액의 최고치는 오히려 거꾸로 내려갔다. 한 의원이 신고한 최고 가액은 2023년 약 15.5억 원에서 2024년 약 5.3억 원, 2025년 약 1.2억 원으로 해마다 줄었고, 비트코인 종목의 신고가액 총합도 2023년 약 18.4억 원에서 2025년 약 8.9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인원은 늘고 금액은 준다는 이 엇갈림은 모순이 아니다. 초기엔 큰 금액을 가진 소수만 잡히다가, 의무신고가 보편화되면서 소액 보유자까지 폭넓게 집계되자 1인당 평균이 자연히 내려간 것으로 읽힌다. 보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평균은 평범해진다.
늘어난 건 코인이 아니라 드러난 잔고다
그래서 이 항목이 흥미로운 건, 공개 제도가 자산을 어떻게 ‘보이게’ 만드는지를 압축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규칙 한 줄이 바뀌자, 보이지 않던 자산이 통째로 장부 위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이 통계가 측정하는 것은 의원들의 투자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이 신고서에 ‘표기’되도록 만든 제도의 작동이다. 의무신고 도입은 사실상 하나의 자연실험이었던 셈이다 — 같은 사람들의 같은 자산이, 규칙 하나로 통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의원들의 디지털 자산은 앞으로 신고서에서 가장 빠르게 요동칠 항목이 될 것이다. 부동산이나 예금과 달리 시세 변동이 크고, 종목 가짓수도 8종에서 26종으로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신고하게 하느냐가, 무엇이 보이느냐를 정한다.
왜 이 항목까지 들여다보는가. 공직자의 재산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무엇을 어디까지 신고하게 하느냐에 따라 같은 자산도 통계에서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 가상자산의 절벽 같은 급증은 코인을 향한 의원들의 새로운 욕망이 아니라, ‘공개 제도가 한 발 넓어진 자리’를 그대로 비춘 그림자다. 숫자의 도약을 시장의 사건으로 오독하지 않으려면, 그 숫자가 무엇을 세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집계 방법·출처 · 공직자 재산공개(공직윤리시스템·관보)의 가상자산 항목을 연도별로 모아, 보유 의원 수·종목·신고가액을 산출했다. 연도별 보유 의원 수(2023 20명·2024 63명·2025 61명)는 고유 의원 기준 별도 집계분이며, 종목별 보유 의원 수의 단순 합산과는 일치하지 않는다(한 의원이 여러 종목을 보유하면 중복 계산되기 때문). 신고는 연말 스냅샷이라 연중 거래는 잡히지 않는다. 순위는 종목을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