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으로
정치자금 식대 · 공간 분석

여의도로 빨려드는 밥값 — 정치자금 식대의 지리학

의원들이 정치자금으로 결제한 식대를 식당 주소대로 지도에 올리면, 돈이 한 곳으로 빨려드는 게 보인다. 전국 식대의 78.96%가 서울에서 결제됐고, 그 안에서도 국회가 선 여의도 한 구역이 전국의 38.25%를 삼킨다. 지도를 켜는 순간 질문은 둘로 갈린다 — 한 점으로의 집중인가, 전국으로의 분산인가.

지도 위에 밥값을 올린다는 것

국회의원은 받은 정치자금의 씀씀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하고, 그 지출내역은 공개된다. 그 안에는 간담회·식사 명목의 식대가 있다. 식대는 한 건당 액수가 작아 정치자금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바로 그 때문에 ‘어디서 누구와 만났는가’라는 동선을 가장 촘촘히 남긴다. 합계표만 보면 식대는 한 줄 숫자로 끝나지만, 사용처 하나하나를 좌표로 환산해 지도에 올리면 합계가 가리던 공간의 무늬가 드러난다.

우리는 공개된 식대 결제를 사용처(식당) 단위로 모았다. 지도의 메인 토글과 동일하게 음식점과 주점을 한 범주로 묶었더니 좌표가 잡힌 식당이 9,315곳, 결제는 5만 1천 건이 넘었고, 금액 합계는 약 79억 5천만 원이었다. 이 글의 모든 수치는 이 집계에서 금액(amountSum)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한 값이다. 공간 데이터는 늘 두 개의 긴장을 품는다 — 한 점으로 모이는 힘과 면으로 흩어지는 힘. 식대 지도는 그 둘이 유난히 선명하게 갈리는 사례다.

거시: 식대의 8할이 서울로

정치자금 식대 · 시·도별 비중(금액 기준)
식대 비중
1서울78.96%-
2경기8.04%-
3부산2.90%-
4광주1.03%-
5경북1.03%-
출처 · 정치자금 지출내역(중앙선관위 공개)의 식대 사용처를 주소 시·도로 집계 · 금액 기준 비중 · 전국 합계 약 79억 5천만 원

먼저 큰 그림이다. 식대의 78.96%가 서울에서 결제됐다. 전국 곳곳에 지역구를 둔 300명 가까운 의원이 쓴 밥값인데도, 열에 여덟이 서울 한 도시에 떨어진다. 2위 경기(8.04%)와의 간격은 거의 열 배다. 그 아래로 부산 2.90%, 광주·경북 각 1.03%, 전남 0.96%, 인천 0.92%로 이어지지만, 서울을 뺀 나머지 16개 시·도를 모두 합쳐도 서울 한 곳에 미치지 못한다. 지방의 지역구는 17개 시·도에 두루 퍼져 있는데, 그 의원들의 식탁은 한 도시로 빨려든다.

전국에서 쓴 식대의 38.25%가 국회 도보권 여의도 한 구역에서 결제됐다. 국회 앞 몇 백 미터가 사실상 전국구 식당가다.

줌인: 서울 안의 진짜 중심, 여의도

그런데 ‘서울 78.96%’는 아직 거친 그림이다. 진짜 집중은 그 안에 있다. 서울을 구 단위로 다시 쪼개면 한 점이 도드라진다. 국회가 선 영등포구 한 곳이 전국 식대의 50.82%로, 서울에서 결제된 밥값의 약 3분의 2(64.36%)가 이 구 하나에서 나온다. 마포구 7.82%, 중구 4.15%, 강남구 3.38%, 종로구 2.47%가 그 뒤를 따르지만, 영등포구는 2위 마포의 여섯 배가 넘는다.

정치자금 식대 · 서울 구별 비중(전국 대비, 금액 기준)
식대 비중
1영등포구여의도·국회 일대50.82%-
2마포구7.82%-
3중구4.15%-
4강남구3.38%-
5종로구2.47%-
출처 · 같은 식대 집계를 서울 자치구별로 다시 묶은 값 · 전국 합계 대비 비중 · 영등포구는 여의도(국회 일대)를 포함

여기서 한 단계 더 줌인한다. 영등포구는 당산·문래·영등포역까지 품는 넓은 구다. 그래서 국회 바로 앞, 즉 국회대로·은행로·의사당대로·여의공원로처럼 의사당에서 걸어 닿는 도로만으로 다시 좁히면 — 식당 283곳이 잡히고, 이 한 구역이 전국 식대의 38.25%를 차지한다. 서울에서 결제된 밥값의 절반에 가까운 48.43%, 그리고 2위 경기 전체의 4.76배가 걸어서 닿는 한 줌의 골목에 떨어지는 셈이다. 지역구가 부산이든 광주든, 의원의 점심 영수증은 결국 의사당 앞에서 끊긴다. 이 한 구역 안에서도 화담(2.50억)·남도마루(2.25억)·가시리(2.17억) 같은 단골 식당이 다시 상위에 포개진다 — 집중 안의 집중이다.

봉합: 두 개의 중심을 가진 타원

그렇다고 전부가 여의도인 것은 아니다. 여의도를 뺀 나머지는 전국으로 얇게 흩어진다. 경기에 이어 부산·광주·경북·전남, 대체로 의원들이 지역구를 둔 곳이다. 한쪽엔 모두가 모이는 한 점이 있고, 다른 한쪽엔 각자의 표밭으로 번지는 면이 있다. 집중과 분산은 대립하는 게 아니라 한 그림의 두 초점이다. 그래서 의원의 밥값 지도는 정확히 두 개의 중심을 가진 타원이 된다 — 모두가 모이는 여의도, 그리고 각자의 표밭. 한 초점은 거대하고 한 초점은 흐릿하지만, 둘 다 같은 궤도 위에 있다.

담론: 한 끼가 드러내는 이중생활

한 끼의 영수증이 의원이라는 직업의 이중생활을 드러낸다. 중앙 정치는 국회 도보권에서, 지역 정치는 표밭에서 이뤄진다. 평소엔 ‘국회의원’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져 보이지 않던 두 개의 삶이, 밥값의 좌표 위에서는 또렷하게 갈라진다. 식대의 무게중심이 여의도로 쏠려 있다는 것은, 의원 사회의 물리적 반경이 표심의 지도가 아니라 의사당을 중심으로 한 도보권이라는 뜻이다. 표를 주는 사람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지만,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점심은 한 동네에서 반복된다.

왜 식대의 지리까지 들여다보는가. 정치자금의 씀씀이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된 자료는 대개 표와 합계로만 남아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사용처를 한 곳씩 좌표에 올려 시·도로, 구로, 도로로 단계를 좁히면, 합계가 가리던 ‘쏠림’이 층층이 드러난다. 78.96%라는 서울 비중은 그 자체로는 평범한 수도권 집중처럼 보이지만, 38.25%라는 여의도 한 구역의 비중까지 내려가면 그것이 단순한 수도권 현상이 아니라 의사당을 향한 인력(引力)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합계표가 끝내 말해주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거리(距離)의 구조다.

집계 방법·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지출내역)의 식대를 사용처별로 모아, 지도 메인 토글과 동일하게 음식점·주점을 한 범주로 묶고 금액(amountSum)을 기준으로 합산했다. 시·도 비중은 사용처 주소의 첫 행정구역 토큰으로, 구별 비중은 두 번째 토큰으로 그룹핑했다. ‘여의도 일대’는 국회 인근 도로(국회대로·은행로·의사당대로·여의공원로)에 면한 식당으로 한정했다 — 영등포구 전체보다 좁은 정의다. 좌표가 매칭된 사용처만 집계해 미매칭분은 제외되며, 결제 시점의 스냅샷이다. 수치는 집계된 식당·지역을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

이어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