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 순위의 상위권은 국회 코앞 여의도가 차지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의도(영등포)를 제외하고 방문 의원 수를 다시 세웠다. 1위는 마포 만리재의 참복집(153명)— 여의도 1위 가시리(228명)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여의도 밖의 다음 동선은 지역구로 흩어지기보다, 서울 안의 몇몇 익숙한 회식권으로 다시 모였다.
왜 여의도를 일부러 지웠나
국회의원은 받은 정치자금의 씀씀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하고, 그 지출내역은 공개된다. 그 안에는 간담회·식사 명목의 식대가 있다. 식대를 식당별로 모아 줄세우면 1위부터 10위까지가 거의 전부 여의도다. 화담·가시리·남도마루처럼 국회의사당에서 걸어 닿는 식당들이 방문 의원 수·결제 건수·금액을 동시에 독식한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꿨다. 여의도를 빼면, 그 다음으로 많은 의원을 모으는 곳은 어디인가. 회의가 끝나고 의사당 앞을 벗어날 때, 식대 기록은 어느 동네로 이어지는가. 주소에 ‘영등포’가 들어간 식당을 전부 걷어 내고 남은 8,589곳을, 다녀간 의원 수로 다시 줄세웠다.
여의도 밖, 다음으로 모이는 열 곳
여의도를 지우자 1위 참복집(153명)부터 숫자가 뚝 떨어진다. 여의도 안에는 결제 건수가 천 건을 넘긴 식당들이 있었지만, 그 바깥에서 가장 많은 의원을 모은 곳도 여의도 1위 가시리(228명)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여의도 밖 순위표는 오히려 여의도 집중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는 비교표가 된다.
그럼에도 참복집·외백·은주식당이 100명을 넘겼다는 것은, 바깥에도 또렷한 ‘제2의 회식 거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열 곳을 주소로 펼쳐 놓으면, 흩어진 점들이 다시 몇 갈래로 모인다.
첫 번째 갈래 — 국회 옆 동네의 회식벨트
가장 굵은 줄기는 마포·동작·서대문의 회식벨트다. 만리재 참복집(국회에서 직선 3.7km), 도화동 외백(3.2km), 신대방 은주식당(4.9km), 토정로 서강8경 율도(1.8km), 통일로 사조회참치(5.8km) — 모두 국회의사당에서 직선 2~6km, 차로 10분 안팎이다. 특히 마포는 톱10에 세 곳, 톱30으로 넓히면 열 곳이 들어간다. 여의도를 벗어나도 멀리 가지 않는다. ‘국회에서 너무 멀지 않고, 조용히 모일 수 있는 집’이라는 조건은 그대로다.
두 번째 갈래 — 검증된 도심 노포
두 번째 줄기는 도심의 오래된 노포와 한정식 접대집이다. 명동 하동관(곰탕)은 단가가 가장 낮은데도(총 1,100만 원대) 63명을 모아 8위에 들었다. 화제의 신상이 아니라 대를 이어 온 곰탕 노포다. 7위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중구 세종대로, 한정식)도 같은 결이다. 한편 성동 차이나플레인(11.7km)·서초 버드나무집(11.3km)·강남 연타발(10.4km)은 국회에서 10km대로 가장 먼 강남권 접대 클러스터를 이룬다.
업종은 복어·중식·곰탕·곱창·일식으로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미 검증됐고, 룸이 있어 조용하며, 국회에서 차로 닿는 거리다. 외부에 노출되는 자리일수록 모험 대신 익숙함을 택하는 정치인 특유의 안전 지향이, 메뉴 선택에서도 그대로 읽힌다.
세 번째 갈래 — 그런데 지역구 식당은 어디에?
영수증이 약속하는 세 번째 줄기는 각자의 지역구·고향 식당이다. 전국에 표밭을 둔 의원들이라면, 순위 어딘가엔 지방의 단골이 섞여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의도를 지운 톱10은 전부 서울이다. 톱30으로 넓혀도 비서울은 단 한 곳(경기 구리 다화담)뿐이다. 회식벨트와 노포로 채워진 상위권은, 사실상 ‘서울판 여의도’의 복제였다.
지역구 식당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꼬리에 흩어져 있었다. 방문 의원 수 5명 이상인 비서울 식당은 경기·부산·전남·인천·경남·대전·제주·울산 등 14개 시도에 퍼져 있다. 부산 해운대 금수복국, 제주 흑돈가, 경남 사천 영덕물회처럼 한 의원의 고향이 한 줄씩 박혀 있다. 다만 어느 한 곳도 여러 의원을 끌어모으지 못한다. 여의도와 회식벨트가 ‘여럿이 한 자리’라면, 지역구 식당은 ‘각자 따로 한 곳’이다. 그래서 합산 순위에서는 늘 상위권에 닿지 못하고 흩어진 채 남는다.
여의도를 지워도 다시 여의도
결국 여의도를 지운 자리에 떠오른 것은 지역구의 전국 지도가 아니라 서울 안의 제2 동선이었다. 국회에서 차로 10여 분, 룸이 있고, 검증된 노포 — 장소만 마포와 중구로 옮겨졌을 뿐, 의원들이 식당에 요구하는 조건은 여의도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의 한 끼가 ‘여의도(회의)’와 ‘지역구(표밭)’ 사이를 오간다는 통념과 달리, 식대 영수증이 그리는 일상은 회의 쪽에 훨씬 가깝다. 지역의 식당은 데이터의 꼬리에, 한 줄씩만 남는다.
여의도를 지운 순위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위가 뻔한 표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2차 구조가 드러난다. 의원들의 식대 동선은 여의도 밖에서도 서울 안 몇 갈래로 다시 모이고, 전국에 지역구를 둔 직업의 일상은 매 끼니마다 국회 반경 안에서 반복된다. 여의도를 제외한 지도가, 여의도의 영향권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여 준다.
집계 방법·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지출내역)의 식대를 사용처별로 모아, 지도 메인 토글과 동일하게 음식점·주점을 한 범주로 묶어 합산했다. 주소에 ‘영등포’가 포함된 식당(여의도)을 제외한 뒤 방문 의원 수로 줄세웠다. 사용처명을 좌표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국회 인근으로 잘못 매칭된 건들이 있어, 검증해 바로잡은 뒤 집계했다. 결제 시점의 스냅샷이며, 순위는 집계된 식당을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