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을 걷어내면 의원들의 단골은 여의도 밖으로 이동한다. 1위는 구리의 한 카페, 그 뒤가 광명의 도시락집이다. 의원들이 가장 많이 결제한 식당은 여의도의 간담회 한식당이지만, 간담회·기자회견·정책회의는 결국 ‘일’이고 ‘모임’이다. 국슐랭은 그 자리를 빼고, 의원이 일정 사이 조용히 챙긴 개인 식사만 따로 센다.
왜 ‘개인 한 끼’를 따로 보는가
식당 결제 순위만 보면 여의도 한식당이 계속 앞에 선다. 하지만 그 순위는 의원이 무엇을 즐겨 먹는지가 아니라, 어디서 사람을 만나는지를 보여준다. 간담회·기자간담·정책 오찬은 메뉴보다 자리가 목적인 ‘업무 식사’다. 개인적으로 반복한 식사는 그 모임을 걷어낸 다음에야 보인다. 그래서 국슐랭은 식대 장부에서 모임의 흔적을 지우고, 일정표에 적히지 않은 사적인 한 끼만 따로 추려냈다.
국슐랭의 기준
국슐랭은 맛을 평가하지 않는다. 의원들이 13년간 남긴 식대 장부에서 ‘일정표에 적히지 않은 개인 식사’를 가려낼 뿐이다. 별은 세 가지 잣대로 매긴다.
| 기준 | 의미 |
|---|---|
| 검증된 신뢰 | 한 사람의 취향이 아니라, 여러 의원이 공통으로 택한 곳 |
| 꾸준한 재방문 | 한 번의 우연이 아니라, 철마다 다시 돌아오는 단골 |
| 일정표 밖의 한 끼 | 간담회·회의 같은 ‘일’이 아니라, 일정 사이 조용히 챙긴 개인의 식사 |
이 잣대로 거르면 12만 8천 건의 식대 중 남는 건 단 1만 4천 건. 의원들의 식사 열에 아홉은 ‘일’에 가깝고, 개인 식사는 열에 하나뿐이라는 뜻이다. 그 하나를 모았다. 모임을 가리키는 내역어(간담회·기자·정책·오찬·만찬·‘O명’)를 지우고, 순수 개인 식사로 표기된 결제만 상호·지역별로 다시 쌓은 결과다.
개인 식사 스타
모임을 빼자 순위가 여의도를 벗어났다. 1위는 국회가 아니라 구리의 한 카페, 그다음은 광명의 도시락집이다. 단가도 3~10만 원으로, 간담회 한 상(20만 원 안팎)의 절반 이하다. 사람을 모으는 자리가 사라지자, 혼자 또는 둘이 조용히 들르는 동네 단골이 표 위로 떠오른 것이다.
| 식당 · 지역 | 다녀간 의원 | 방문 | 1회 단가 |
|---|---|---|---|
| 다화(카페) · 구리 | 53명 | 315회 | 3.9만 |
| 수도시락 · 광명 | 44명 | 193회 | 3.4만 |
| 너섬 · 여의도 | 43명 | 171회 | 3.8만 |
| 소호정 · 서초 | 44명 | 168회 | 9.7만 |
| 은주식당 · 동작 | 54명 | 161회 | 6.7만 |
| 전주집 · 종로 | 41명 | 139회 | 5.6만 |
- 다화 · 구리 - 아차산 자락 예술인 마을(아치울)의 조용한 카페. 소설가 박완서가 살던 동네다. 일정에 쫓기지 않고 한숨 돌리기 좋은, 의외의 1위.
- 수도시락 · 광명 - 도시락 전문점. 자리에 앉기보다 사무실로 받아 든 끼니에 가깝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철저히 실속형.
- 너섬 · 여의도 - 국회의사당역 1분, 빌딩 지하의 청국장·돌솥밥집. 9천 원짜리 한 상으로 의원·보좌진·공무원이 점심마다 줄 서는, 사실상 국회의 또 다른 구내식당.
- 소호정 · 서초- 한우 육수로 끓이는 안동국시 노포. 방송에도 오른 격식 있는 국수 한 그릇으로, 이 목록에서 가장 ‘대접’에 가까운 선택이다.
- 은주식당 · 동작 - 신대방의 동네 한식당. 이름난 맛집은 아니지만, 의원 54명이 조용히 다시 찾은 곳이다.
- 전주집 · 종로 - 동대문종합시장 맞은편 생선구이 백반집. 통오징어볶음이 명물이고 혼자 먹는 손님도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든든한 한 상의 정석.
가장 소박한 한 끼
단가가 가장 낮은 쪽을 보면 더 인간적이다. 안양의 한 백반집은 의원이 153번을 찾았는데 한 끼9천 원. 김밥집에서 ‘의원님 아침식대’로 1만 원을 결제한 기록도 백 번이 넘는다. 화려한 접대와는 거리가 먼, 그냥 사람의 끼니다.
| 가게 · 지역 | 다녀간 의원 | 방문 | 1회 단가 |
|---|---|---|---|
| 전주아침(백반) · 안양 | 18명 | 153회 | 0.9만 |
| 김밥나라 · 용인 | 22명 | 91회 | 1.1만 |
| 김밥천국 | 41명 | 132회 | 1.4만 |
- 전주아침 · 안양 - 한 끼 9천 원짜리 백반집. 153번을 다시 찾았다는 건, 의원에게도 이곳이 특별한 자리가 아니라 그저 매일의 끼니였다는 뜻이다.
- 김밥나라 · 용인- ‘의원님 아침식대’로 1만 원을 결제한 김밥집. 의원도 바쁜 아침엔 김밥 한 줄로 때운다.
- 김밥천국 -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국민 분식. 결국 의원들도 우리와 같은 곳에서, 같은 가격에 끼니를 해결한다.
결론 - 일과 끼니
의원들의 식대는 둘로 갈린다. 여의도의 간담회 한식당이 ‘일’을 위한 자리라면(열에 아홉), 동네의 백반·도시락·김밥집은 그저 ‘끼니’를 위한 자리다(열에 하나). 모임을 걷어내고 남은 사적인 한 끼는 화려한 미식이 아니라 9천 원짜리 백반과 김밥 한 줄이었다. 정치자금 장부 안에서도, 의원들의 사적인 점심은 의외로 우리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같은 장부도 어떻게 거르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비춘다. 모임을 합산하면 여의도의 업무 식사가 보이고, 모임을 빼면 구리의 카페와 9천 원짜리 백반이 보인다. 국슐랭이 센 것은 결제 액수가 아니라, 일정표에 적히지 않은 반복 방문이다. 그 반복이 가리키는 곳이 유명 접대 식당이 아니라 동네 밥집이라는 사실이야말로, 합계표가 말해주지 않는 한 끼의 단서다. 비싼 한 상은 누구와 만났는지를 말하지만, 혼자 거듭 찾은 9천 원짜리 한 끼는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동선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지를 말한다. 국슐랭의 별점이 향하는 곳은 미식이 아니라, 바로 그 일상이다.
집계 방법 ·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의 식대 지출(2012–2024)에서 내역이 순수 개인 식사(식대·식사·점심 등)인 결제만 골라 상호·지역으로 묶었다. 간담회·회의·기자·정책·오찬·만찬·‘O명’처럼 모임을 가리키는 내역, 그리고 국회 구내식당·배달앱·비식사 결제는 제외했다. 이 개인 식사 필터는 건별 결제내역을 키워드로 분류한 별도 집계로, 본 사이트의 식당 단위 집계(food.geojson)와 산출 단위가 다르다. 1회 단가 = 총액 ÷ 방문 건수이며, 한 건이 1~2인 식사인지까지는 장부로 확인되지 않는다. 체인점은 여러 지점이 한 상호로 합산될 수 있고, 같은 상호명이라도 지점이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