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이 아니라 ‘몇 명의 의원이 들고 있느냐’로 종목을 줄세우면, 1위는 놀랍지 않다. 삼성전자, 59명. ‘국민주’는 의원 사회에서도 1위다. 진짜 이야기는 2위부터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2위에서 5위까지를 채우던 국내 성장주들이, 어느새 미국 빅테크에 통째로 밀려났다. 2025년 보유 2~4위는 엔비디아·애플·테슬라 — 셋 다 미국 종목이다.
왜 ‘금액’이 아니라 ‘보유 의원 수’인가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는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매년 공직윤리시스템을 통해 신고하고, 그 내역은 관보로 공개된다. 그 안에는 예금·부동산과 함께 보유 주식의 종목·수량·가액이 들어 있다. 우리는 이 증권 항목을 종목별로 모아, 한 종목을 신고한 의원이 몇 명인지로 줄을 세웠다.
같은 데이터라도 잣대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신고가액으로 정렬하면 거액 한 건이 순위를 끌어올려 ‘비싼 한 종목’이 드러나지만, 보유 의원 수로 정렬하면 ‘여럿이 공통으로 담은 종목’, 즉 그 집단의 ‘합의된 선택’이 드러난다. 한 사람의 큰 베팅보다, 많은 사람이 똑같이 고른 종목이 그 집단의 취향과 방향을 더 정직하게 비춘다. 그래서 우리는 가액이 아니라 보유 의원 수를 택했다. 집계 대상은 2025년 재산공개의 증권 항목 전체이며, 보유 의원 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부터 순위를 매겼다.
가장 많은 의원이 담은 종목, 열 가지
1위 삼성전자는 59명으로 부동이다. 한 종목을 의원 열에 여섯 가까이가 들고 있다는 뜻이니, ‘국민주’라는 별명이 의원 사회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흔들린 건 그 아래다. 2위 엔비디아 46명, 3위 애플 40명, 4위 테슬라 37명. 2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미국 빅테크다. 5위 카카오(26명)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내 종목이 다시 나온다. 더 내려가면 SK하이닉스(22명)·마이크로소프트(20명)·NAVER(17명)·알파벳A(16명)·브로드컴(15명)이 촘촘히 잇는데, 상위 10개 중 여섯 개가 미국 종목이다.
2위 자리에서 일어난 교체극
이 쏠림이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같은 집계를 2020년과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의원들의 계좌는 지금과 사뭇 다른 얼굴이었다. 2020년 상위 5위는 삼성전자(37명)·SK하이닉스(13명)·현대차(12명)·카카오(10명)·POSCO(10명)로, 미국 종목은 단 하나도 없었다. 2022년에도 2위는 카카오(28명), 3위 NAVER(23명), 4위 현대차(22명)였다. 그러니까 불과 3년 전까지 2위 자리의 주인은 카카오·NAVER 같은 국내 성장주였다.
교체는 한 해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누적된 흐름이다. 엔비디아를 보유한 의원은 2020년 6명(18위)에서 2022년 12명(11위)을 거쳐 2025년 46명(2위)으로 불어났다. 애플은 9명(12위)→16명(7위)→40명(3위), 테슬라는 10명(6위)→16명(8위)→37명(4위)으로 같은 궤적을 그렸다. 미국 빅테크가 한 칸씩 위로 올라오는 동안, 국내 성장주는 그만큼 자리를 내줬다.
카카오의 후퇴 — 추락이 아니라 추월당함
가장 상징적인 종목은 카카오다. 한때 ‘국민주’로 불리며 개미들을 끌어모았던 카카오는 2022년 보유 의원 수 2위(28명)였다. 2025년에도 26명으로 보유 의원 수 자체는 거의 줄지 않았다. 그런데 순위는 2위에서 5위로 밀렸다. 카카오가 무너진 게 아니라, 위로 미국 빅테크 세 종목이 끼어들면서 추월당한 것이다. NAVER 역시 2022년 23명(3위)에서 2025년 17명(8위)으로, 보유 의원 수도 순위도 함께 내려갔다. 국내 성장주의 후퇴는 절대 수치의 붕괴라기보다, 더 빠르게 불어난 미국 종목에 자리를 빼앗긴 ‘상대적 후퇴’에 가깝다.
3년 사이, 같은 종목을 담은 의원이 얼마나 늘었나
방향을 더 분명히 보려면, 2022년과 2025년에 같은 종목을 신고한 의원 수를 나란히 놓으면 된다. 미국 빅테크 쪽만 일제히 솟구쳤다.
엔비디아는 3년 사이 +34명으로 가장 가파르게 늘었고, 애플 +24명, 테슬라 +21명이 뒤를 이었다. 2022년 단 1명이 신고했던 브로드컴은 15명으로 불어나 상위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2명)·NAVER(−6명)·현대차(−7명) 등 국내 성장주는 보유 의원 수가 줄었다. 위로는 미국 종목이 두 자릿수씩 불어나고 아래로는 국내 종목이 빠지는, 한 방향의 교체가 또렷하다.
왜 이 순위를 들여다보는가 — 의원 계좌라는 거울
결국 이 변화의 핵심은 방향의 일치다. 의원들도 서학개미였다. 부동의 1위 삼성전자를 빼면, 2위부터의 변화는 일반 투자자가 지난 몇 년 걸어온 경로와 정확히 포개진다. AI 랠리에 올라탄 엔비디아, 서학개미의 양대 종목으로 불린 테슬라·애플,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브로드컴까지. 정책을 설계하고 시장을 규율하는 이들의 계좌가, 결국 시장의 보통 사람들과 같은 물결을 탔다.
그래서 이 순위는 단순한 인기 종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거울이다. 이해상충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정책을 만드는 집단이 무엇을 믿고 무엇에 돈을 걸었는가’가 그대로 비친다. 국내 산업을 키우자는 말과 별개로, 그들의 사적 자산은 미국 빅테크의 성장에 베팅하고 있었다. 합계표나 평균 가액으로는 보이지 않던 이 방향성이, 종목별 보유 의원 수라는 단순한 줄세우기에서 또렷이 드러난다. 그것이 금액이 아니라 보유 의원 수로 줄세운 이유다.
집계 방법·출처 · 공직윤리시스템을 통한 공직자 재산공개(관보 게재)의 증권 항목을 종목별로 모아, 각 종목을 신고한 의원 수로 순위를 매겼다. 2020·2022·2025년 공개분을 같은 방식으로 집계해 시계열을 비교했다. 종목명은 신고서에 적힌 대표 표기를 따랐으며, 동일 기업의 우선주·종류주(예: 삼성전자우, 알파벳C)는 별도 종목으로 두었다. 재산 신고에는 종목·수량·가액만 있고 매매 시점·횟수는 없다. 연중 사고팔아 연말 전에 정리한 종목은 잡히지 않으므로, 이 집계는 ‘보유 인기’는 보여줘도 ‘매매 추적’은 아니다. 순위는 종목을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