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보유한 차는 무엇일까. 2025년 재산공개의 자동차를 차종별로 묶어 ‘보유 의원 수’로 줄세우면 답은 한 대로 모인다. 그랜저, 31명이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를 정당색으로 갈라 보면 더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그랜저 보유자의 약 3분의 2가 한쪽 당이고, 프리미엄 제네시스 계열은 정반대로 기운다.
비싼 차가 아니라 ‘가장 흔한 차’를 묻는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본인과 가족의 재산을 해마다 공개한다. 그 안에는 자동차 항목이 있고, 차종·신고가액·보유 대수가 함께 적힌다. 자동차는 부동산이나 예금에 비하면 금액 규모가 작지만, 다른 자산이 잘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바로 ‘무엇을 타고 다니는가’라는, 가장 일상적이고 가시적인 선택이다.
같은 자동차 데이터라도 잣대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신고가액으로 정렬하면 고가 수입차 한 대가 순위를 끌어올려 ‘비싼 차고’가 드러나고, 보유 의원 수로 정렬하면 ‘가장 많은 의원이 공유하는 선택’이 드러난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한 사람의 비싼 한 대보다, 여러 의원이 똑같이 고른 차종이 직업 집단의 공통 취향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집계는 사이트의 트렌드 데이터와 동일하게 신고서에 적힌 차종 표기 그대로를 세었다. 2025년 자동차 항목에는 197개 차종이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의원이 보유한 일곱 차종을 추렸다.
가장 많이 보유한 차, 일곱
1위 그랜저는 31명이 보유했다. 2위 G80(26명)과는 다섯 명 차이로, 한 곳이 압도하기보다 상위권이 촘촘하다. 흥미로운 건 1·2위가 모두 현대차 계열의 대형차라는 점이다. 그랜저는 신고가액 합계가 4.9억, G80은 7.4억으로 차값은 G80이 높지만, ‘고른 사람 수’에서는 그랜저가 앞선다. 3위 카니발(17명)부터는 세단 일색을 미니밴이 끊고, 4위 제네시스·5위 GV70·6위 쏘나타·7위 싼타페가 14~16명 구간에 빽빽이 들어찬다. 197개 차종 중 한 명만 보유한 차종이 130개에 이르는 긴 꼬리를 감안하면, 이 일곱 차종은 의원 사회가 공유하는 좁은 ‘공통 차고’인 셈이다.
같은 순위를 정당색으로 다시 읽으면
보유 의원 수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결이 정당색을 입히는 순간 드러난다. 1위 그랜저 31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21명으로 약 68%를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4명, 조국혁신당 3명, 나머지가 그 뒤다. 물론 민주당은 원내 1당이라 자동차를 신고한 의원 자체가 많다 — 전체 자동차 보유에서 민주당 비중은 48% 안팎이다. 그런데도 그랜저의 68%는 그 기준선을 한참 웃돈다. 단순한 의석수 효과로만 설명되지 않는, ‘그랜저 쏠림’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정반대 방향도 데이터에 또렷하다. 같은 제네시스 브랜드라도 위로 올라갈수록 색이 바뀐다. 세단 제네시스(16명)는 국민의힘 9명 대 민주당 6명, SUV인 GV70(15명)은 국민의힘 8명 대 민주당 3명으로, 전체 기준선(국힘 33%)을 훌쩍 넘어 국민의힘 쪽으로 쏠린다. 제네시스 계열을 모두 합치면 국민의힘 41명 대 민주당 35명으로 양당의 무게가 뒤집힌다. ‘무난한 국민차 그랜저’와 ‘프리미엄 제네시스’가 정당에 따라 갈리는 셈이다. 차 한 대를 고르는 데에도 유권자의 시선을 의식하는 정치인의 계산이 옅게 비친다.
10년을 펼치면 — 제네시스에서 그랜저로
시야를 10년으로 넓히면 1위 자리는 한 대가 독점하지 않았다. 2016년 보유 의원 수 1위는 그랜저가 아니라 제네시스(48명)였다. 제네시스는 2016·2017년에 이어 2021·2022·2023년에도 1위였고, 그 사이사이를 그랜저가 메웠다. 두 차종은 10년간 왕좌를 번갈아 주고받았다 — 기사 제목 그대로 ‘제네시스에서 그랜저로’ 무게중심이 옮겨온 것이다.
더 깊은 이동은 제네시스 브랜드 안에서 일어났다. 단일 차종 제네시스는 2016년 48명에서 2025년 16명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지만, 같은 기간 G80은 3명에서 26명으로 솟았다. 의원들이 제네시스를 떠난 게 아니라, 구형 제네시스에서 신형 G80으로 갈아탄 것이다. 결국 변한 것은 모델명뿐, 의원들의 차 취향은 10년째 ‘국산 대형차’라는 좁은 박스 안을 맴돌 뿐 본질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정작 눈에 띄는 건 ‘없는 것’
상위권을 채운 건 모두 내연기관 세단과 미니밴이다. 정작 시선을 끄는 것은 거기 없는 것이다. 순수 전기차는 어느 차종도 보유 의원이 두 명을 넘지 못한다. 아이오닉5·넥쏘·EV6·테슬라 모델3 같은 전기·수소차를 모두 합쳐도 보유 의원은 열네 명 안팎으로, 그랜저 한 차종(3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거리에서 전기차 비중이 빠르게 늘던 시기에도, 의원들의 차고는 여전히 내연 대형 세단으로 채워져 있었다.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 소비가 일어나는 곳이 의외로 국회 주차장인 셈이다.
왜 하필 국산 대형 세단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의정·지역구 활동에는 장거리 이동과 동승이 잦아 뒷좌석 공간과 정비 편의가 중요한 변수가 되고, 수입 프리미엄차나 고가 전기차는 ‘과시’로 읽힐 부담이 따른다. 그랜저는 그 부담 없이 같은 체급을 채워 준다. 2위 그룹에 카니발(17명) 같은 다인승 미니밴이 끼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좌진과 함께 지역을 도는 동선, 현장 행사 장비를 싣는 실용에 들어맞기 때문이다.
차고 한 칸이 말해주는 것
결국 의원들의 차고를 채운 건 ‘무엇을 좋아하는가’보다 ‘무엇이 일과 시선에 맞는가’였다. 가장 트렌드에 둔감해 보이는 이 차고가, 실은 직업의 요구와 정치적 계산이 가장 솔직하게 겹친 자리다. 그랜저로 모이는 31명, 그 안에서 다시 갈리는 정당색, 10년째 제자리를 맴도는 차종 분포 — 작은 자동차 항목 하나가 의원 사회의 공통 감각과 미묘한 차이를 동시에 비춘다.
왜 재산공개의 자동차 항목까지 들여다보는가. 재산공개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된 자료는 대개 개인별 표로만 남아 집단의 패턴이 보이지 않는다. 차종별로 묶어 보유 의원 수로 줄세우고 정당색을 입히면, 개별 신고서가 가리던 ‘쏠림’이 드러난다. 그랜저의 31명은 큰돈이 아니라 가장 많은 의원이 공유한 선택이고, 그 선택이 정당에 따라 갈린다는 사실이야말로 개인별 표가 말해주지 않는 것이다.
집계 방법·출처 ·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공보)의 자동차 항목을 차종 표기 그대로 모아, 사이트 트렌드 데이터와 동일한 방식으로 차종별 보유 의원 수를 집계했다. 동일 차종의 표기 변형(예: 그랜저 IG·HG 등)은 별개로 셌으므로, 계열을 합치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정당색은 차종별 보유 의원의 소속 정당 분포이며, ‘전체 기준선’은 모든 자동차 보유 신고의 정당 비중이다. 재산공개는 1년에 한 번 찍는 스냅샷이라 차량 교체 시점과 어긋나면 실제 보유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순위는 특정 의원이 아니라 집계된 차종을 가리킨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