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하나하나의 순위는 앞서 봤다. 이번에는 같은 의원이 함께 다녀간 식당끼리 연결했다. 여의도 대표 식당 11곳을 다녀간 의원은 182명, 핵심 식당 쌍마다 방문자가 17~25명씩 겹친다. 인기 식당 여러 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의원들이 반복해서 오가는 하나의 식당권이 보인다.
왜 순위가 아니라 연결인가
지난 분석에서 우리는 식당을 하나씩 줄세웠다. 결제 건수가 많은 곳, 가장 많은 의원이 다녀간 곳, 가장 많은 돈이 모인 곳. 그 방식은 각 식당을 독립된 점으로 다룬다. 1위와 2위는 표 위에서 위아래로 놓일 뿐, 두 식당을 같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했는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데이터에는 점보다 한 단계 위의 정보가 숨어 있다. 같은 의원이 A 식당에도 가고 B 식당에도 갔다면, A와 B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생긴다. 그 선을 모두 그으면 순위표는 공동방문 네트워크가 된다. 질문도 달라진다. 어느 곳이 1위냐가 아니라, 어느 식당들이 같은 의원 집단을 함께 끌어들이는가.
이 차이가 중요하다. 카드 결제 합계만 있으면 ‘인기 식당 톱10’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의원이 어느 식당들을 함께 다녔는지는 사용처별 방문 기록이 있어야만 볼 수 있다. 합계는 크기를 보여주고, 공동방문은 겹침을 보여준다. 이 글은 그 겹침을 따라간다.
점이 아니라 연결 — 공동방문 지도
그림을 멀리서 보면 식당 11곳이 둥글게 놓이고, 그 사이를 굵은 선들이 잇는다. 선은 두 식당을 모두 다녀간 의원 수다. 굵을수록 방문자가 많이 겹친다는 뜻이고, 17명 미만의 약한 연결은 그림에서 제외했다. 그런데도 화면에는 선이 빽빽하다. 여의도 핵심 식당들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강하게 묶여 있다는 뜻이다.
거시적으로 읽으면 이 지도의 특징은 ‘쏠림’보다 ‘수렴’에 가깝다. 한 식당만 홀로 크고 나머지가 주변에 흩어진 구조가 아니다. 큰 식당과 큰 식당이 같은 방문자를 나눠 가지며 한 덩어리로 묶인다. 가장 강한 연결은 25명, 가장 약하게 남긴 연결도 17명이다. 핵심부의 빈칸이 작다.
핵심 수치 — 182명, 그리고 끊이지 않는 17~25
이 지도에서 가장 단단한 수치는 두 개다. 첫째, 대표 식당 11곳을 다녀간 의원이 모두 합쳐 182명이다. 둘째, 그 11곳을 잇는 주요 연결이 17~25명대에서 끊기지 않는다. 300명 규모의 집단에서 182명이 같은 11곳 안으로 모였다는 것은, 의원들의 점심 동선이 생각보다 좁은 반경 안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17~25라는 구간도 그냥 숫자가 아니다. 네트워크에서 선의 두께는 두 노드가 얼마나 강하게 묶여 있는지를 잰다. 핵심 식당 쌍의 연결이 17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두 곳을 골라도 두 식당을 모두 다녀간 의원이 최소 열일곱 명은 된다는 뜻이다. 한두 명이 우연히 겹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집단이 여러 식당을 번갈아 쓴다.
가시리라는 중심 노드
한 칸 더 들어가면 중심에는 가시리가 있다. 76명이 다녀가 노드 중 가장 크고, 남도마루·화담·이도식당과 각각 25명씩 방문자가 겹친다. 그림에서 가시리로 모이는 선이 가장 많고 가장 굵은 이유다. 중심은 단순히 방문자가 많은 곳이 아니다. 다른 식당들과 방문자를 가장 많이 나눠 갖는 곳이다.
가시리에 이어 남도마루(60명)·화담(60명)이 두 번째 층을 이루고, 이도식당(50명)·한국의밥상(46명)·한류관(45명)·대방골(44명)·이즈미(44명)·소호정(41명)·운산(40명)·동해도(33명)가 그 바깥을 두른다. 중요한 건 바깥 노드들조차 독립적인 점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시리를 다녀간 의원은 남도마루, 이도식당, 대방골도 함께 다녀간 경우가 많다. 한 식당의 방문자가 주변 식당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래서 이 구조는 ‘여러 개의 인기 식당’이 아니라 하나의 군집으로 읽는 게 정확하다. 가시리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열 곳이 굵은 연결로 이어지는 한 덩어리다. 목록이 아니라, 중심을 가진 형태다.
이 데이터로만 가능한 그림
여기서 방법론적 차이가 분명해진다. ‘가장 인기 있는 식당 톱10’은 결제 합계만 있으면 누구나 만든다. 하지만 같은 의원이 어느 식당들을 함께 다녔는지라는 관계는, 사용처별로 누가 다녀갔는지가 기록돼 있어야만 그릴 수 있다. 식당별 방문 의원 수만 있는 합계표로는 두 식당을 모두 다녀간 사람이 몇 명인지 알 수 없다. 합계는 점을 주고, 관계는 선을 준다.
바로 그 점이 정치자금 데이터가 여느 맛집 랭킹과 갈리는 지점이다. 일반적인 인기 순위는 식당을 모집단으로 두지만, 공동방문 네트워크는 의원을 모집단으로 두고 그들이 함께 이용한 장소를 잇는다. 같은 식당을 다른 렌즈로 본 게 아니라, 아예 다른 차원의 측정이다. 그래서 이 그림은 단순한 맛집 순위로는 복제하기 어렵다.
측정값이 말하는 것 — 의원 사회의 물리적 반경
그래서 ‘반경이 좁다’는 말은 비유만이 아니라 측정값이다. 대표 식당 11곳을 다녀간 의원이 182명이고, 그 사이를 잇는 주요 연결이 17~25명대에서 끊이지 않는다. 300명 규모의 집단이 이렇게 높은 밀도로 같은 장소를 함께 이용한다는 것은, 의원 사회의 물리적 반경이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작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선 순위 분석에서 우리는 상위 식당이 거의 전부 국회 도보권 여의도에 몰려 있음을 봤다. 공동방문 네트워크는 거기에 한 겹을 더한다. 식당들이 한 동네에 모여 있을 뿐 아니라, 그 식당들을 같은 사람들이 번갈아 채운다는 것. 좁은 공간 위에 좁은 방문자 집단이 다시 포개진다. 의원들의 점심 반경은 장소로도, 사람으로도 좁다.
왜 이게 중요한가. 정치자금의 씀씀이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된 자료는 대개 표와 합계로만 남아 ‘관계’가 보이지 않는다. 누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는 합계가 말해주지만, 같은 사람들이 어느 장소들을 반복해서 오갔는지는 합계표가 말하지 않는다. 사용처별 방문을 선으로 이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것이 이 겹침이다. 식당 순위표가 동선의 지도였다면, 공동방문 네트워크는 그 동선들이 서로 얼마나 포개지는지를 보여주는 또 한 장의 지도다.
집계 방법·출처 · 공동방문 그래프는 정치자금 식대의 사용처별 방문 기록을 바탕으로 별도 집계한 것이다. 노드(원)는 식당, 노드의 숫자는 그 식당을 다녀간 의원 수, 엣지(선)는 두 식당을 함께 다녀간 의원 수이며 17명 이상만 표시했다. 비식별 원칙에 따라 의원은 모두 익명 ‘수’로만 집계했고 개인을 식별하지 않는다. 한편 본 사이트가 공개하는 식당 데이터(food.geojson)에는 식당별 방문 의원 수(memberCount)만 있고 의원 식별자가 들어 있지 않아, 이 공동방문 엣지는 공개 데이터만으로는 재산출되지 않는다(별도 집계 기준). 정치자금 지출내역(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개)의 식대 사용처 기준이며, 결제 기록의 스냅샷이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