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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 · 2019–2022 · 코로나

코로나는 정치자금을 어떻게 멈췄나

코로나는 정치자금 지출을 똑같이 줄인 게 아니라, 항목마다 전혀 다르게 멈췄다. 2020년 항공·출장 지출은 2019년의 5분의 1(지수 19)로 주저앉았지만, 사무실 운영비 같은 고정비(111)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것이 멈춘 그해, 무엇이 멈추고 무엇이 그대로였는지가 영수증에 자연실험처럼 또렷이 남았다 — 평소라면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졌을 지출의 성격이, 외부 충격 앞에서 정직하게 쪼개진 것이다.

2020년, 지출 곡선은 어떻게 꺾였나

국회의원은 받은 정치자금의 씀씀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회계보고하고, 그 지출내역은 공개된다. 우리는 그 내역을 용도별로 다시 묶어, 2019년 같은 항목의 금액을 100으로 둔 지수로 환산했다. 같은 100에서 출발한 다섯 갈래가 팬데믹 첫해에 어디로 흩어졌는지를 한 화면에서 보기 위해서다. 단순히 ‘정치자금이 줄었다’는 한 줄로는 보이지 않던 결이, 항목을 갈라놓는 순간 드러난다.

2020년 지출 (2019년=100 기준)
2020 지출 지수
1홍보·문자114▲ 총선
2사무실 운영111-
3간담회 식대96-
4교통(택시·철도)53
5항공·출장19
출처 · 정치자금 회계보고(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반 별도 집계 · 2019년 같은 항목을 100으로 둔 2020년 지수
항공·출장 지출은 2020년 5분의 1로 주저앉았다. 모임은 멈추고, 의원들의 발도 묶였다.

발이 묶인 항목들 — 이동의 붕괴

가장 극적으로 꺾인 건 이동이다. 항공·출장 지출은 2019년의 19% 수준으로, 사실상 5분의 1로 줄었다. 택시·철도 같은 교통비도 절반(53)으로 떨어졌다. 사람을 만나 밥을 먹는 간담회 식대도 96으로 완만히 감소했다. 대면과 이동이 멈춘 시기의 풍경이 숫자에 그대로 박힌 셈이다.

세 항목의 낙폭이 똑같지 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항공·출장(19)은 거의 증발했고, 교통(53)은 반토막에 그쳤으며, 식대(96)는 거의 제자리였다.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는 출장은 통째로 미룰 수 있었던 반면, 가까운 거리의 택시·철도 이동은 절반쯤은 어쩔 수 없이 남았고, 한 끼 식사는 인원만 줄였을 뿐 거의 그대로 이어졌다. 거리두기가 멀수록 더 세게 잘랐다는 거리의 함수가, 낙폭의 순서로 드러난다.

꿈쩍하지 않은 항목들 — 그리고 총선이라는 교란

반대로 꿈쩍하지 않은 것도 있다. 사무실 임대·유지 같은 고정비(111)는 거리두기와 무관하게 나갔고, 홍보·문자는 오히려 114로 늘었다. 거리두기로 활동이 멈춘 해에 이 항목들이 오히려 평년 이상이었다는 사실은 얼핏 모순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코로나와 무관한 교란요인이 하나 섞여 있다. 2020년 4월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홍보물·문자 발송 같은 선거 관련 지출이 구조적으로 부푼다. 따라서 2020년 홍보 증가(114)는 코로나의 효과가 아니라 총선 효과가 섞인 결과로 읽어야 한다. 코로나가 줄인 것과 총선이 늘린 것을 한 해 안에서 정직하게 분리해 두지 않으면, ‘팬데믹에도 홍보비는 늘었다’는 잘못된 1차 해석에 빠지기 쉽다. 반면 고정비(111)에는 그런 외부 변수가 없다. 임대료와 유지비는 의원이 어디에 있든, 무엇이 멈추든 나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 표가 측정하는 것 — 충격이 갈라준 두 종류의 지출

이 표가 귀한 건, 평소엔 분리되지 않던 두 가지를 코로나가 대신 갈라 줬기 때문이다. 거리두기로 이동이 멈추자, 항공·출장(19)·교통(53)처럼 사라져도 의정이 굴러간 ‘관행’ 지출과, 사무실 운영비(111)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나가는 ‘필수’ 지출이 명확히 갈렸다. 평상시 회계보고에서는 둘 다 그저 ‘지출’이라는 한 칸에 합산될 뿐, 어느 쪽이 없어도 되는 돈이고 어느 쪽이 반드시 나가는 돈인지 구분할 길이 없다.

외부 충격은 그 합산을 강제로 풀어 헤친다. 정상적인 해에는 어떤 지출이 ‘관행’이고 어떤 지출이 ‘필수’인지 데이터만 보고는 알 수 없다. 둘 다 매년 비슷한 금액으로 꼬박꼬박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팬데믹이라는 외생 변수가 한쪽(이동)만 90% 가까이 깎아내자, 깎여 사라진 쪽과 끝까지 버틴 쪽이 비로소 구별된다. 즉 이 지수표는 의원들의 ‘행동’을 직접 측정한다기보다, 충격 앞에서 각 지출이 얼마나 미룰 수 있는 성질이었는가를 측정한다. 자연실험이 우리 대신 그어 준 분류선이다.

회복은 왜 비대칭이었나 — 항공·출장이 남긴 뉴노멀

팬데믹이 잦아든 뒤 회복은 모든 항목에서 균일하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풀리자 교통·식대는 2021~2022년 사이 대체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 항목만은 끝내 옛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 바로 항공·출장이다.

항공·출장 지출의 궤적 (2019년=100 기준)
항공·출장 지수
12019년 (기준)100-
22020년 (충격)19▼ 코로나
32022년 (회복기)41▲ 절반만 회복
출처 · 정치자금 회계보고(중앙선거관리위원회) 기반 별도 집계 · 항공·출장 항목을 2019년=100으로 둔 연도별 지수

항공·출장은 2022년에도 41에 머물렀다. 5분의 1로 떨어졌다가 옛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자리에서 멈춘 셈이다. 같은 시기 교통·식대가 100 근처로 돌아온 것과 대조하면, 회복의 비대칭이 또렷하다. 화상회의가 일부 출장을 영구히 대체한 결과로 읽힌다. 직접 날아가지 않아도 되는 만남이 한번 정착하자, 거리두기가 끝난 뒤에도 그 일부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팬데믹은 지나갔어도, 그것이 바꾼 일하는 방식의 일부는 정치자금 장부에 뉴노멀로 눌러앉았다. 충격은 일시적이었지만 충격이 드러낸 분류 — 미룰 수 있는 지출과 없어선 안 될 지출 — 가운데 미룰 수 있었던 쪽은, 다시 채워질 때 예전만큼 채워지지 않았다.

왜 이 시계열을 들여다보는가. 정치자금의 씀씀이는 공개가 원칙이지만, 공개된 자료는 대개 연도별 합계로만 남아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항목을 갈라 같은 출발선(2019=100)에 세우면, 합계가 가리던 결이 드러난다 — 코로나가 줄인 것과 총선이 늘린 것이 분리되고, 없어도 되는 지출과 반드시 나가는 지출이 갈리며, 충격이 끝난 뒤에도 돌아오지 않은 한 항목이 보인다. 합계표 한 줄로는 결코 말해주지 않는 것들이다.

집계 방법·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하는 정치자금 회계보고(지출내역)를 용도(카테고리)별로 별도 집계해, 분류별 연간 금액을 2019년=100으로 지수화했다. 2020년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겹쳐, 홍보·문자 항목의 증가에는 코로나와 무관한 선거 효과가 섞여 있음을 명시한다. 수치는 전체 집계로 특정 의원을 가리키지 않는다. 본 집계는 정치자금 지출 카테고리를 다루며, 본 사이트 지도(식대 사용처)와는 데이터 범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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