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신고한 부동산을 자치구별로 쌓아 보면, 같은 ‘한 채’라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자산의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부동산을 가진 의원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은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54명)다. 그런데 신고가액으로 줄을 세우면 1위는 강남구, 980억 원으로 바뀐다. ‘몇 채를 가졌나’와 ‘어디에 가졌나’는 서로 다른 지도를 그린다.
왜 ‘가액’으로 줄을 세우나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보유 재산을 해마다 공개한다. 그 안에서 부동산은 가장 큰 항목이고, 신고 때마다 ‘무엇을, 어디에, 얼마로’ 가졌는지가 자치구 단위까지 남는다. 같은 자료라도 어떤 잣대로 정렬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보유 건수나 보유 의원 수로 줄세우면 ‘어디에 많이 흩어져 있나’가 보이고, 신고가액으로 줄세우면 ‘어디에 값나가는 자산이 몰려 있나’가 보인다.
우리는 후자를 택했다. 부동산에서 중요한 것은 채수만이 아니라 값이기 때문이다. 외곽에 두 채를 둔 의원과 강남에 한 채를 둔 의원은, 보유 건수로는 전자가 앞설 수 있지만 자산의 무게로는 후자가 앞설 수 있다. 다주택 여부만 따지는 방식은 바로 이 지점을 놓친다. 집계는 공직자 재산공개의 부동산 신고를 소재지 기준으로 자치구별 합산해, 신고가액 합계가 큰 순서로 줄세웠다. 가액·보유 의원 수·보유 건수를 같은 표에 나란히 두어, 한 자치구를 세 개의 줄자로 동시에 읽을 수 있게 했다.
가액이 가장 큰 자치구, 넷
1위 강남구에는 신고가액만 980억 원이 쌓였다. 2위 서초구(731억)와의 간격이 249억이고, 3위 마포구(504억)·4위 송파구(501억)는 강남의 절반 남짓이다. 한 자치구가 전체 신고가액(6,636억)의 14.8%를 차지한다. 의원들의 부동산 자산이 특정 지역에 꽤 강하게 모여 있다는 뜻이다.
보유 의원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이 아니다
그런데 같은 자치구를 ‘부동산을 가진 의원 수’로 다시 줄세우면 1위가 뒤바뀐다. 보유 의원이 가장 많은 곳은 영등포구로 54명, 강남구는 39명으로 3위다. 영등포는 보유 건수(76건)에서도 1위지만, 신고가액에서는 226억으로 6위에 그친다. 많은 의원이, 자주, 영등포에 부동산을 두지만, 그 가액의 무게는 강남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어긋남이 이 데이터의 핵심이다. 보유 의원 수의 지도와 신고가액의 지도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 영등포가 보유 의원 수에서 앞서는 건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당산 일대에 실거주·업무용 부동산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이고, 강남이 가액에서 앞서는 건 한 채 한 채의 단가가 다르기 때문이다. 줄자를 바꾸자 1위가 바뀐다는 사실 자체가, 부동산의 핵심이 ‘수’만이 아니라 ‘위치’에도 있음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얹은 무게 — 1인당 신고가액
보유 의원 수와 가액이 어긋난다면, 그 어긋남의 크기를 한 숫자로 볼 수 있다. 신고가액을 보유 의원 수로 나누면 ‘그 동네에 부동산을 둔 의원 한 명이 평균 얼마짜리를 깔고 있나’가 나온다. 강남구는 1인당 25.1억으로 가장 무겁다. 송파(23.8억)·마포(20.2억)가 뒤를 잇고, 용산(17.7억)·서초(17.4억)가 그 아래다. 반면 영등포는 1인당 4.2억에 그친다. 의원이 가장 많이 모인 영등포와, 가액이 가장 무거운 강남 사이의 1인당 격차는 약 6배다. 같은 ‘부동산 보유 의원’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어도, 한 명이 얹은 자산의 무게는 동네에 따라 여섯 배까지 벌어진다.
가액으로 보면 상위권의 층이 나뉜다
지도를 한 겹 더 벗기면 ‘강남·서초와 그 밖의 상위권’이라는 층이 보인다. 가액 1·2위인 강남(980억)과 서초(731억)를 합치면 1,712억으로, 전국 자치구 신고가액 합계의 25.8%다. 두 자치구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송파까지 더한 강남 3구는 2,213억으로 33.3%, 가액 상위 4개 구(강남·서초·마포·송파)는 2,716억으로 40.9%에 이른다.
송파와 마포의 차이도 눈에 띈다. 송파는 48건으로 마포(32건)보다 채수가 많은데, 가액은 501억 대 504억으로 거의 같다. 채수로는 송파가 앞서지만 가액으로는 맞먹는다는 것은, 마포의 한 채당 단가가 더 무겁다는 뜻이다. 보유 채수로는 비슷해 보이는 자치구도, 가액으로 보면 단가 차이에 따라 다른 층에 놓인다.
왜 이 순위가 중요한가
의원 재산을 둘러싼 관심은 흔히 ‘몇 채를 가졌나’에 쏠린다. 다주택 여부가 가장 쉽게 눈에 들어오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산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은 채수만이 아니라 위치다. 가액으로 줄세운 이 지도는, 의원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특정 좌표 — 강남·서초 — 에 강하게 모여 있음을 보여준다. 보유만으로도 가치가 커질 수 있는 자산을 누가, 어디에 갖고 있느냐는 물음은 보유 건수표보다 가액 지도에서 더 선명해진다.
합계표는 ‘전체 얼마’만 남기고 ‘어디에’를 지운다. 신고를 소재지 기준으로 자치구에 올려 가액으로 줄세우면, 합계가 가리던 쏠림이 드러난다. 보유 의원 수로는 영등포가, 가액으로는 강남이 1위가 되는 이 어긋남은, 같은 모집단을 어떤 줄자로 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온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강남의 980억은 단순히 큰 숫자가 아니라, 의원 부동산의 무게중심이 어느 좌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값이다. 몇 채인가가 아니라 어디인가 —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의원 재산의 지형은 다르게 보인다.
집계 방법·출처 · 공직자 재산공개(공직윤리시스템)의 부동산 신고를 소재지 자치구 기준으로 합산했다. 신고가액·보유 의원 수·보유 건수는 동일 공개자료의 부동산 항목 집계값을 사용했다(가액 단위 억 원, 합계는 반올림). 부동산 가액은 공시가 등 신고 기준이라 실거래가와 다르며, 신고는 해당 연도 시점의 스냅샷이다. 순위는 집계된 자치구를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