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이 신고한 부동산을 지도에 올리면 전국 1,878개의 점으로 흩어진다. 같은 자리에 찍힌 것끼리 묶어 눈에 띄는 점을 건수·금액·겹침·토지 네 축으로 보면, 익숙한 예상과 다른 장면이 나온다. 13채가 쌓인 건물의 주인은 여러 명이 아니라 한 명이었고, 가장 비싼 빌딩은 강남이 아닌 마포에 있었으며, 여러 의원이 겹친 동네는 신도시 거주지에 가까웠다.
왜 점 하나씩 짚어 보는가
국회의원은 매년 보유 재산을 신고하고, 그 내역은 공직자 재산공개로 외부에 공개된다. 부동산 항목은 대개 표와 합계로만 남아, ‘누가 얼마를 가졌나’는 보여도 ‘어디에 어떻게 모여 있나’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신고된 건물·토지를 좌표로 환산해 같은 자리에 찍힌 것끼리 묶었다. 합계표에서는 보이지 않던 분포가 점의 크기로 드러나면, 부동산을 보는 기준도 조금 달라진다.
같은 지도라도 어느 잣대로 점을 키우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나온다. 한 점에 가장 많이 쌓인 건수, 한 점이 가장 비싼 금액, 한 자리에 서로 다른 의원이 가장 많이 겹친 정도, 그리고 사람은 적은데 땅만 몰린 토지 — 네 잣대를 차례로 대 보면, 같은 부동산 신고도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축① 건수 — 13채의 주인은 한 명이었다
| 위치 | 종류 | 건수 | 보유 의원 |
|---|---|---|---|
| 은평구 대조동(불광로1길) | 복합건물(주택+상가) | 13채 | 1명 |
| 관악구 봉천동(은천로) | 오피스텔 | 11채 | 1명 |
| 서초구 신반포로 | 아파트 | 6채 | 4명 |
여의도의 업무용 사무실 군집을 빼면, 가장 많은 부동산이 한 자리에 쌓인 곳은 은평구 대조동의 한 복합건물이다. 무려 13채가 한 점에 모여 있다. 그런데 13채의 주인은 여러 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이다. 한 의원의 배우자가 같은 건물의 호실을 11개 명세로 신고했고, 그 합산이 13채(공시가 약 12억)다. 2위인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 11채도 마찬가지로 한 의원이 단독 보유한 신우오피스텔의 호실들이다(공시가 약 13.5억). 즉 건수로 눈에 띄는 점은 여러 의원이 몰린 곳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같은 건물의 방을 여럿 가진 다주택의 풍경에 가깝다.
건수 1·2위가 모두 보유 의원 1명이라는 점은, 데이터를 처음 보면 의외다. 많은 건수가 곧 여러 의원의 집중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경우에는 한 사람의 자산이 한 건물에 모인 자리다. 3위에 와서야 비로소 서로 다른 의원이 등장한다. 서초구 신반포로의 아파트는 6채에 4명이 얽혀 있는데, 이건 다주택이라기보다 여러 의원이 같은 단지에 사는 ‘겹침’의 신호다.
축② 금액 — 1위는 강남이 아니다
| 위치 | 종류 | 신고가액 | 보유 의원 |
|---|---|---|---|
| 마포구 상암동(월드컵북로56길) | 빌딩 | 383.4억 | 1명 |
| 강남구 대치동 | 빌딩 | 226.7억 | 3명 |
| 서초구 신반포로 | 아파트 | 115.7억 | 4명 |
| 용산구 독서당로 | 아파트 | 81.8억 | 1명 |
금액 1위는 강남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가장 비싼 한 점은 마포 상암동의 빌딩 한 채(383.4억)로, 한 의원 본인이 단독으로 신고한 연면적 2,000㎡ 규모의 단일 빌딩이다. 2위인 강남구 대치동 빌딩(226.7억)을 약 160억 차이로 앞선다. 이 축에서 가장 큰 점은 강남의 아파트가 아니라, 한 사람이 보유한 마포의 상업용 빌딩이었다.
그 아래도 함께 봐야 한다. 대치동 빌딩 226.7억은 한 명의 것이 아니라 세 의원이 한 건물을 나눠 가진 합계이고, 서초 신반포로의 115.7억짜리 아파트 군집도 네 명이 같은 단지에 모여 만든 숫자다. 금액 축에서도 두 유형이 함께 나타난다. 1위·4위는 한 사람의 단독 보유지만, 2위·3위는 여러 의원이 같은 건물·단지에 겹쳐 만든 합산값이다. 같은 ‘비싼 점’이라도 어떤 점은 한 명의 자산이고, 어떤 점은 여러 주소가 포개진 자리다. 점의 크기만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고, 보유 의원 수를 함께 봐야 한다.
축③ 겹침 — 여러 의원이 모인 동네의 정체
| 동네 | 겹친 의원 | 대표 유형 |
|---|---|---|
| 남양주 다산동 | 4명 | 아파트·오피스텔 |
| 인천 송도동 | 3명 | 아파트 |
| 성남 분당 정자동 | 3명 | 아파트·오피스텔 |
건수·금액이 ‘한 사람’의 축이었다면, 세 번째 축은 정반대다. 동네를 작은 단위로 쪼개 ‘서로 다른 의원이 겹친 곳’을 찾으면, 서울 밖에서 가장 많이 겹친 곳들은 전부 다산·송도·정자동 같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다. 남양주 다산동은 서로 다른 의원 4명, 인천 송도동과 성남 분당 정자동은 각각 3명이 같은 동네에 부동산을 두고 있다. 의원들이 특별히 같은 자리를 고른 결과라기보다, 사람이 많이 사는 곳에서 자연히 여러 명이 겹친 그림에 가깝다. 이 경우의 겹침은 투자 신호라기보다 거주의 풍경이다.
겹침이 얼마나 드문지를 숫자로 보면 더 분명하다. 전국 1,878개 점 가운데 서로 다른 의원이 둘 이상 겹친 점은 54개뿐이고, 서울과 여의도를 빼면 단 13개로 줄어든다. 의원 부동산은 한 점에 여럿이 뭉치는 그림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그 드문 겹침마저도 강남의 고가 단지가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에서 생긴다. 이 데이터만으로 ‘여러 의원이 같은 곳에 투자했다’고 읽기는 어렵다. 더 가까운 해석은 같은 동네에 산다는 생활의 흔적이다.
축④ 토지 — 땅의 집중은 철저히 개인의 일
| 동네 | 필지 | 보유 의원 |
|---|---|---|
| 김천 구성면 미평리 | 28필 | 1명 |
| 의성 봉양면 문흥리 | 28필 | 1명 |
| 거창 북상면 산수리 | 21필 | 1명 |
마지막 축은 겹침의 정반대를 본다. 사람은 적은데 땅만 많이 모인 곳이다. 한 리(里)에 토지가 수십 필지씩 쌓인 시골 동네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모두 의원 한 명의 단독 보유다. 김천 구성면 미평리에 28필지, 의성 봉양면 문흥리에 28필지, 거창 북상면 산수리에 21필지가 한 동네에 모여 있어도 주인은 늘 한 사람이다(그 아래 홍천 북방면 원소리 19필지 역시 한 명). 대부분 고향이나 지역구의 상속·농지·임야와 관련된 보유로 보인다.
결국 데이터에는 ‘여러 의원이 함께 보유한 땅’이라는 집단적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 토지가 가장 많이 모인 점들은 모두 보유 의원 1명이다. 겹침은 사람이 모여 사는 거주지에서 생기고, 땅의 집중은 누군가의 가족·지역 이력에 연결된 개인 보유로 나타난다.
네 축이 그리는 한 장의 지도
네 축을 겹쳐 놓으면 하나의 흐름이 보인다. 가장 많은 건수도, 가장 비싼 한 점도, 가장 많이 모인 토지도 결국 ‘한 사람’의 보유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다. 여럿이 겹치는 그림은 사람이 많이 사는 신도시 단지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그마저 1,878점 중 수십 점에 불과하다. 의원 부동산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집단적 움직임이라기보다 개인 보유의 누적에 가깝다. 점을 키우는 잣대를 바꿔도 이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왜 점 하나까지 들여다보는가. 합계표는 ‘누가 많이 가졌나’를 말해 주지만, ‘그 자산이 한 자리에 어떻게 모이는가’는 말해 주지 않는다. 13채가 한 건물에 쌓이고, 383억이 빌딩 한 채에 담기고, 28필지가 한 리에 모이는 장면은 점 단위로 묶어야 보인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면, ‘의원들이 부동산을 어디에 집중시키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집단 행동보다 개인의 보유 방식 — 다주택, 상속, 거주 — 에 더 가깝다.
집계 방법·출처 · 공직자 재산공개(2025)의 부동산(건물·토지) 항목을 지오코딩해 같은 좌표끼리 묶은 점 단위로 집계했다. 건수·금액 축은 좌표 클러스터(점)를, 겹침·토지 축은 읍면동·리 단위 집계를 기준으로 한다. 국회 인근 업무용 사무실이 몰린 여의도, 그리고 번지 없이 동 이름만 신고돼 동 중심점에 뭉친 항목은 위치 비교에서 제외했다. ‘겹친 의원’은 서로 다른 의원 수이며, ‘건수’는 한 점에 신고된 부동산 호수다. 부동산은 공시가 기준이라 실거래가와 다를 수 있고, 순위는 집계된 위치를 가리킬 뿐 특정 의원을 지목하지 않는다.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