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의 지역구는 전국에 흩어져 있다. 부산, 광주, 춘천, 제주 — 표는 거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들이 가진 부동산을 같은 지도에 올리면, 흩어졌던 점들이 한 곳으로 빨려들듯 수렴한다.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이다.표를 얻는 지도와 자산을 쌓는 지도는, 같은 모양이 아니다.
한 사람 안에 겹쳐진 두 개의 지도
국회의원에게는 두 종류의 좌표가 있다. 하나는 그를 뽑아준 사람들이 사는 곳, 즉 지역구다. 지역구는 대표성의 출발점이자 의원이 ‘누구를 대신해 말하는가’를 정의한다. 다른 하나는 그가 실제로 소유한 자산이 놓인 곳, 즉 부동산 소재지다. 이 두 좌표가 같은 자리에 찍히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역구는 선거가 정해주지만, 부동산은 시장과 선택이 정한다.
이 글은 그 두 지도를 포개 본다. 공직자 재산공개에 신고된 건물·토지의 소재지를 시·도 단위로 모으고, 같은 의원의 지역구와 나란히 놓았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두 지도는 어긋난다. 대표의 지도는 전국으로 펼쳐지는데, 소유의 지도는 수도권으로, 더 들어가면 강남으로 좁아진다. 어긋남의 크기를 수치로 따라가 보자.
부동산은 어디에 있나 — 수도권으로의 쏠림
부동산 소재지 1위는 서울(192명), 2위는 경기(91명)다. 두 곳을 합치면 다른 모든 시·도를 합친 것보다 무겁다. 3위 경남(32명), 4위 전남(30명), 5위 부산(25명)으로 내려가면 한 자릿수 단위로 뚝 떨어진다. 지역구가 어디든 부동산은 수도권으로 쏠린다. 표는 전국에서 골고루 나오는데, 자산은 한 도시로 모인다.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비수도권 의원들이다.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 126명 가운데 92.9%가 수도권에 부동산을 갖고 있다. 부산을, 광주를, 강원을 대표하는 의원 열에 아홉이 서울·경기·인천에 자산의 닻을 내려두었다는 뜻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과 자산을 두는 곳이 이렇게까지 갈린다는 사실이, 두 지도의 어긋남을 가장 또렷이 보여준다.
그런데 ‘지역을 버렸다’는 아니다 — 이중 보유
여기서 성급한 결론을 한 번 차단해야 한다. 92.9%라는 숫자를 보고 ‘의원들이 지역을 버리고 서울로 떠났다’고 읽으면 오독이다. 같은 126명을 자기 지역구 기준으로 다시 세어 보면, 이들의 95.2%는 자기 지역구에도 부동산이 있다. 수도권에 집이 있는 것과 지역에 집이 없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대다수는 둘 다 가진다.
그래서 정확한 표현은 ‘이탈’이 아니라 이중 보유다. 지역의 집과 수도권의 집을 동시에 쥐고 있는 구조. 지역구의 집은 대표성과 생활의 근거지이고, 수도권의 집은 의정활동의 거처이자 — 동시에 — 자산이다. 한쪽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두 좌표를 함께 점유하는 것이다. 이 단서가 있어야 다음 수치를 과장 없이 읽을 수 있다.
더 좁히면 강남이 보인다 — 한 단계 줌인
수도권은 넓다. 인천에서 가평까지가 다 수도권이다. 그래서 ‘수도권 보유’라는 말만으로는 약하다. 렌즈를 한 단계 더 좁혀 강남·서초·송파, 이른바 강남3구로 들어가 보면 신호가 훨씬 또렷해진다.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의 26.2%, 즉 4명 중 1명이 강남·서초·송파 3구에 부동산을 두고 있다. 지역구 전체로 넓혀도 24.9%다. ‘의정활동을 위한 서울 거처’라는 설명만으로는 다 덮이지 않는, 자산이 강남으로 모이는 또렷한 중력이다. 수도권이라는 넓은 그물에서 강남3구라는 작은 매듭으로 좁힐수록, 어긋남은 희미해지기는커녕 더 선명해진다.
강남이 빨아들이는 것은 ‘면적’이 아니라 ‘가치’다
강남의 중력은 다른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의원들이 신고한 부동산을 전국 자치구별 신고가액으로 모아 보면, 강남구(약 828억 원)·서초구(약 778억 원)·송파구(약 494억 원) 세 곳의 합이 약 2,100억 원— 전국 자치구 신고가액 합계(약 6,482억 원)의 32.4%에 이른다. 전국 226개 자치구 가운데 단 세 곳이 신고 자산 가치의 3분의 1을 가져가는 셈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건수와 가치의 비대칭이다. 같은 집계에서 강남3구의 부동산 ‘건수’는 전체의 6.4%에 불과하다. 건수로는 작은 점인데 가치로는 거대한 덩어리다. 강남은 많은 부동산을 빨아들이는 곳이 아니라, 값이 나가는 부동산을 빨아들이는 곳이다. 대표의 지도가 면적으로 전국에 펼쳐진다면, 소유의 지도는 가치로 강남에 응축된다.
겹쳐 본 두 지도, 그리고 대표성
결국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지도가 겹쳐 있다. 표를 얻는 대표의 지도는 전국으로 펼쳐져 있지만, 자산을 쌓는 소유의 지도는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으로 좁아진다. 92.9%가 수도권에 집이 있어도 대부분(95.2%)은 자기 지역구에도 집을 두니 ‘지역을 버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단순 ‘수도권 보유’보다 좁고 또렷한 신호 — 강남3구로 모이는 자산의 중력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지역 대표성’의 한 단면을 비춘다.
왜 이것이 중요한가. 대표성은 본래 ‘누구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가’의 문제다. 의원이 자산의 닻을 어디에 내리는지는 사적인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한 방향으로 쏠릴 때 —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자산이 강남으로 수렴할 때 —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물리적·경제적 반경이 결국 한 도시 한 동네로 좁아진다면, ‘전국을 대표한다’는 말과 ‘강남에 자산을 둔다’는 현실 사이의 거리가 곧 대표성의 거리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그 거리를 비난이 아니라 데이터로 측정해 보려는 시도다.
집계 방법·출처 · 부동산은 공직자 재산공개(2025)의 건물·토지 소재지 시·도를 기준으로 하며, 전세·임차권을 포함한다. 지역구는 정치자금 데이터의 22대 의원 지역명을 의원명으로 결합했고, 비례대표는 제외했다. 수도권 보유율(92.9%)·지역구 동시 보유율(95.2%)·강남3구 비중(비수도권 26.2%, 전체 24.9%) 등 지역구↔소유지를 결합한 수치는 공직자 재산공개와 지역구 정보를 별도로 결합해 산출한 집계이며, 지도에 쓰인 부동산 위치 데이터와는 산출 단위가 다르다. 강남3구 신고가액 비중(32.4%)은 자치구별 신고가액 집계(declaredValueSum) 기준의 보조 맥락으로, 의원 결합 집계와는 단위가 다르므로 위의 보유 의원 수와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 출처 · 공직윤리시스템(공직자 재산공개)·중앙선거관리위원회(정치자금). 데이터 집계 · 국레이터(kookrator).